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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뽕냥딩의 공간
책 [여행의 속도] 리칭즈 본문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p12 / 기차여행은 가장 인간적인 여행 방식 중 하나이다. 객실 의자에 등을 기대고 편안히 앉아 창문 밖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여러 가지 상념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사실 거대한 여객기에 앉아 있으면 속도감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기차를 타고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면 '내가 빨리 가고 있구나.' 혹은 '늦게 가고 있구나.'를 확실하게 느끼면서 진정으로 속도를 즐길 수 있다. 프랑스의 시인 보들레르는 "이동하는 동안 내 영혼은 행복하다."고 말했다. 여행, 그 이동의 방법은 우리 내면의 동경을 상기시킨다. 이동하기때문에 더 좋은 곳으로, 더 아름다운 곳으로 갈 수 있을 것만 같다. 여행에 되한 인간의 갈망은 죽는 순간까지 멈추지 않는다. ... 어쩌면 우리의 여행도 더 아름다운 세계에 대한 동경일지 모른다. 우리는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곳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나에 대해 부단히 성찰하고 반성한다. 여행은 우리를 바꾸며, 우리를 만든다. 안도 다다오가 말한 것처럼 "여행은 사람을 만든다."
p56 / 아키타는 일본의 동북쪽에 위치하며 바다와 접해 있다. 나는 아키타하면 아키타견을 제외하곤 특별히 생각나는 것이 없다. 이런 내가 번화한 도쿄를 떠나 굳이 이곳까지 찾은 이유는 딱 하나다. 바로 슈퍼고마치를 타고 건축의 대가 안도 다다오의 신작 아키타 현립 미술관을 보기 위해서다. 스포츠카처럼 붉은색의 열차가 우에노역을 미끄러지듯 빠져나가 동북쪽으로 뻗은 신칸센 간선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속도가 너무 빨라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제대로 감상하기 어려웠다. 특히 센다이를 지나면서 대평원이 나오자 슈퍼고마치는 날카로운 검처럼 전방을 향해 전속력으로 내달렸다. 창밖 풍경은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뭉개지며 모호한 잔상을 남겼다. 나는 서서히 흐릿한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열차가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일반열차만큼 느려졌음을 느끼며 나는 눈을 떠 창밖을 바라보았다. 눈앞에 새하얀 설원이 펼쳐지며 솜뭉치처럼 커다란 눈송이들이 창문을 때렸다. 순간 머리가 아찔해졌다.
p173 / 나는 예전부터 노면전차처럼 작은 기차가 좋았다. 몸집이 비교적 큰 일반 기차에 비해 노면전차는 작고 앙증맞은 것이 마치 장난감 기차처럼 귀엽고 친근했다. 속도는 느리지만 아담한 몸체때문에 좁은 길도 지날 수 있으며, 옛 건축물이 많은 지역의 고전적 분위기와도 잘 어울린다. 도시를 여행하는 관광객에게는 노면전차의 느린 속도가 오히려 도움이 된다. 풍경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제대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를 걷다가 피곤해지면 전차에 올라 잠시 다리를 쉬게 하면서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p175 / 이것은 정감의 문제이다. 작고, 앙증맞으며, 귀엽고, 친근감이 있다는 것은 모두 정감이 있다와 통한다. 노면전차와 오래된 건축물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정감이 느껴진다. 정감이 있는 곳에서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다. 오래된 도시와 노면전차의 관계는 성탄절 아이에게 선물함 레고 장난감의 모형 마을과 레일 위를 달리는 장난감 기차와 같다. 사실 이 속도가 인간의 생활 리듬에는 가장 적절한 속도이다. 전차의 속도는 심장박동과 비슷하거나 조금 느리다. 그래서 고층빌딩 사이에서 생존을 위해 빠르게 달음질치던 심장이 비로소 안정을 찾을 수 있다. 한숨을 돌릴 공간이 생기는 것이다. 노면열차의 속도에 맞춰 다시 심장의 박자를 고른 다음, 정류장에 도착하면 힘차게 다음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
p291 / 히미코는 은하철도999에서 베가를 오가는 은하철도333호와 흡사하다. 하지만 현실에서 히미코는 아사쿠사와 오다이바 사이를 운행하며, 최근에는 라라포트까지 노선이 연장되었다. 항차는 아침, 오후, 야간 이렇게 단 세번뿐이기 때문에 탑승 기회를 잡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아즈마바시의 여객터미널에서 히미코를 기다리고 있노라면 강 건너 맞은편에 우뚝 솟아 있는 도쿄 스카이트리와 아사히 맥주 본사 건물, 그리고 세계적인 프랑스 디자이너 필립 스탁이 설계한 아사히 맥주 비어홀이 보인다. 이윽고 히미코가 아즈마바시 아래를 미끄러지듯이 들어와 터미널에 정착한다. 히미코는 그 자체로도 신선한 볼거리이지만, 히미코를 타고 방금 보았던 광경을 다른 각도에서 올려다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이다.
p354 / 묘지에 누워있는 사람들에게 이곳은 생명의 종착점이다. 그들의 여행은 이미 끝났으며,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여행속도는 0이다. 묘지를 찾은 추모객들애게도 이곳은 내면의 불타오르던 욕망을 잠시 식힐 수 있는 곳이다. 여행의 속도는 점점 낮아질 것이고, 결국은 조용히 멈추어 세상과 마주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p56 / 아키타는 일본의 동북쪽에 위치하며 바다와 접해 있다. 나는 아키타하면 아키타견을 제외하곤 특별히 생각나는 것이 없다. 이런 내가 번화한 도쿄를 떠나 굳이 이곳까지 찾은 이유는 딱 하나다. 바로 슈퍼고마치를 타고 건축의 대가 안도 다다오의 신작 아키타 현립 미술관을 보기 위해서다. 스포츠카처럼 붉은색의 열차가 우에노역을 미끄러지듯 빠져나가 동북쪽으로 뻗은 신칸센 간선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속도가 너무 빨라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제대로 감상하기 어려웠다. 특히 센다이를 지나면서 대평원이 나오자 슈퍼고마치는 날카로운 검처럼 전방을 향해 전속력으로 내달렸다. 창밖 풍경은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뭉개지며 모호한 잔상을 남겼다. 나는 서서히 흐릿한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열차가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일반열차만큼 느려졌음을 느끼며 나는 눈을 떠 창밖을 바라보았다. 눈앞에 새하얀 설원이 펼쳐지며 솜뭉치처럼 커다란 눈송이들이 창문을 때렸다. 순간 머리가 아찔해졌다.
p173 / 나는 예전부터 노면전차처럼 작은 기차가 좋았다. 몸집이 비교적 큰 일반 기차에 비해 노면전차는 작고 앙증맞은 것이 마치 장난감 기차처럼 귀엽고 친근했다. 속도는 느리지만 아담한 몸체때문에 좁은 길도 지날 수 있으며, 옛 건축물이 많은 지역의 고전적 분위기와도 잘 어울린다. 도시를 여행하는 관광객에게는 노면전차의 느린 속도가 오히려 도움이 된다. 풍경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제대로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를 걷다가 피곤해지면 전차에 올라 잠시 다리를 쉬게 하면서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p175 / 이것은 정감의 문제이다. 작고, 앙증맞으며, 귀엽고, 친근감이 있다는 것은 모두 정감이 있다와 통한다. 노면전차와 오래된 건축물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정감이 느껴진다. 정감이 있는 곳에서 속도는 느려질 수밖에 없다. 오래된 도시와 노면전차의 관계는 성탄절 아이에게 선물함 레고 장난감의 모형 마을과 레일 위를 달리는 장난감 기차와 같다. 사실 이 속도가 인간의 생활 리듬에는 가장 적절한 속도이다. 전차의 속도는 심장박동과 비슷하거나 조금 느리다. 그래서 고층빌딩 사이에서 생존을 위해 빠르게 달음질치던 심장이 비로소 안정을 찾을 수 있다. 한숨을 돌릴 공간이 생기는 것이다. 노면열차의 속도에 맞춰 다시 심장의 박자를 고른 다음, 정류장에 도착하면 힘차게 다음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
p291 / 히미코는 은하철도999에서 베가를 오가는 은하철도333호와 흡사하다. 하지만 현실에서 히미코는 아사쿠사와 오다이바 사이를 운행하며, 최근에는 라라포트까지 노선이 연장되었다. 항차는 아침, 오후, 야간 이렇게 단 세번뿐이기 때문에 탑승 기회를 잡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아즈마바시의 여객터미널에서 히미코를 기다리고 있노라면 강 건너 맞은편에 우뚝 솟아 있는 도쿄 스카이트리와 아사히 맥주 본사 건물, 그리고 세계적인 프랑스 디자이너 필립 스탁이 설계한 아사히 맥주 비어홀이 보인다. 이윽고 히미코가 아즈마바시 아래를 미끄러지듯이 들어와 터미널에 정착한다. 히미코는 그 자체로도 신선한 볼거리이지만, 히미코를 타고 방금 보았던 광경을 다른 각도에서 올려다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이다.
p354 / 묘지에 누워있는 사람들에게 이곳은 생명의 종착점이다. 그들의 여행은 이미 끝났으며,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여행속도는 0이다. 묘지를 찾은 추모객들애게도 이곳은 내면의 불타오르던 욕망을 잠시 식힐 수 있는 곳이다. 여행의 속도는 점점 낮아질 것이고, 결국은 조용히 멈추어 세상과 마주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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